
우연히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쓸 일이 생겼다.
원래 "형식적"으로 글을 쓰지 못하는 나이기에.. 꽤나 중요한 감상평이었음에도 불구하고..
결과적으로는 또 내멋대로 쓴 거 같지만.. 어쩔 수 없다... 나란 사람.. 어디 가겠나....
(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내가 쓰는 글에 비하면 꽤나 "형식적"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마는.....)
***
올해 2월, 모 영화관에서 재상영을 해 준 미셸 공드리 감독의 “이터널 선샤인”을 다시 봤다.
처음 봤을 때도 ‘아, 이 영화 뭔가 특별하다.’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보니 더 많은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.
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몇 년 전이었는데, 그때 나는 막 이별을 하고 난 뒤였다.
신기했던 건 그 당시 그런 일을 겪고 영화를 보니 아픔을 잊기 위해 기억을 지워버린 클레멘타인도, 기억을 지우려고 했는데
막상 지워지는 기억을 보니 잊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는 조엘도. 두 사람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.
그래서 이후 이 영화는 내가 몹시 아끼는 영화가 되었던 것 같다.
시간이 흘러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영화를 보니 이제는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.
모든 좋은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. 그건 사랑이라고 예외가 아니기에 우리는 사랑을 하고, 또 이별을 한다.
이별의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‘아, 제발 이 모든 기억을 잊었으면 좋겠다. 그러면 이렇게까지
아프지 않아도 될 텐데.’ 라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.
감독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해 봤을 법한 생각을 현실로 가져와 사랑했던 기억과
이별의 아픔을 지워버린다.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.
당신이라면..?
영화는 조엘과 클레멘타인 다시 잘 되는 것을 암시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맺지만 실제로 영화의 엔딩은
바로 저 물음이라고 생각했다.
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던져진 물음에 대한 각자의 답이 바로 영화의 진정한 엔딩이 아닐까?
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또 다시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
그런 순간에 어쩌면 다시 한 번 이 영화와 저 물음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.
그리고 대답하겠지. 자신들만의 방식으로.
***
여기까지가 감상평이었다. 그 뒤에 차마 덧붙이지 못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..
***
처음 이 영화를 봤던 때로 돌아가 보았다.
과연 나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?
당시 영화를 보고 미니홈피에 끄적거린 글귀로 대답을 대신하려고 한다.
"차례 차례 무너져 가던 기억들.
무너져 가는 기억의 바로 옆을 달리던 짐 캐리.
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.
얼마나 내 기억이 지워지기를 갈망했던가-
하지만.
나 역시 막상 무너져 가는 기억을 보면 도망쳐버렸을지도 몰라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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